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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에서 서울까지, 오늘의 이주노동현장

​성서공단 태경산업 집회와 2024 민주노총 전국이주노동자대회를 중심으로

기사와 사진 그리고 시(詩)를 함께 감상할 수 있게 기획했습니다. 시가 실천적 힘을 얻고 기사가 문학적 감수성을 더할 수 있기를 희망합니다. 기사 아래 첨부한 시까지 함께 읽어주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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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공단 태경산업에 맞선 집회를 준비하는 활동가 차민다 씨

여름의 끝을 잡고 늘어지는 태양은 추석이 지난 10월 4일에도 대구 성서공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태경산업에 맞선 투쟁은 지난 3월부터 지난하게 이어졌다. 대구 성서노조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차민다 씨는 성서공단 태경산업 앞에서 익숙한 듯 투쟁에 필요한 마이크 장비와 피켓을 챙겼다.

이주노동자가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11시 30분부터 정주노동자가 나오는 12시 그리고 노동자 모두가 복귀하는 12시 30분까지, 성서공단지역지회에서 나온 활동가 3명이 피켓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단체 교섭에 외부인을 내세우고 노동청이 사태를 수수방관할 동안 사측의 노조 탄압과 부당 노동 행위는 거세져만 갔고 싸움은 끝을 모르고 끝나지 않는 더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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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구 성서공단 태경산업 앞 집회에 나선 활동가 차민다 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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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태경산업 노동자와 집회에 나선 활동가들의 모습

여름의 끝을 잡고 늘어지는 태양은 추석이 지난 10월 4일에도 대구 성서공단을 뜨겁게 달구고 있었다. 태경산업에 맞선 투쟁은 지난 3월부터 지난하게 이어졌다. 대구 성서노조에서 활동가로 활동하고 있는 차민다 씨는 성서공단 태경산업 앞에서 익숙한 듯 투쟁에 필요한 마이크 장비와 피켓을 챙겼다.

이주노동자가 점심을 먹으러 나오는 11시 30분부터 정주노동자가 나오는 12시 그리고 노동자 모두가 복귀하는 12시 30분까지, 성서공단지역지회에서 나온 활동가 3명이 피켓과 함께 자리를 잡았다. 단체 교섭에 외부인을 내세우고 노동청이 사태를 수수방관할 동안 사측의 노조 탄압과 부당 노동 행위는 거세져만 갔고 싸움은 끝을 모르고 끝나지 않는 더위처럼 이어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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태경산업 집회에 나선 성서공단지역지회 김용철 노동상담소장의 모습

노조에 가입하지 않거나 사업주가 다니는 교회에 다닐 경우 지급되는 수당에 대해 설명하는 김용철 노동상담소장의 어깨 너머로 사업주가 내건 현수막의 글귀가 보였다.

 

“복 있는 사람은 악인들의 꾀를 따르지 아니하며”

 

빨갛게 강조된 악인이라는 단어가 집회가 끝나고 밥을 먹는 내내 머리를 떠나지 않았다. 차민다 씨의 안내로 저녁에는 공단 내 한 기숙사를 찾아갔다. 갑작스런 방문에도 자신들이 먹을 저녁을 나눠준 스리랑카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어디에도 빨간 악인의 모습은 찾아볼 수 없었다.

 

10월 6일 서울역 광장에서 성서노조 사람들과 성서공단 이주노동자들을 다시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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활동가 차민다 씨가 이주노동자대회 사회를 맡아 참가자들과 구호를 연습하는 모습

“우리는 기계가 아니다!”

 

전국이주노동자 대회 사회를 맡은 차민다 씨는 대회에 참석한 사람들과 시작에 앞서 구호를 맞춰보고 있었다. Free Job Change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머리띠를 두른 이주노동자 무리의 외침이 광장을 지나가는 사람들의 시선을 붙잡았다.

 

‘강제 노동 철폐’, ‘사업장 변경의 자유 보장’, ‘모든 이주노동자의 노동권 보장’ 등의 요구를 내걸고 개최된 전국이주노동자대회는 대구, 부산, 울산 등 전국에서 모인 참여자로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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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를 비롯 노동자 시민이 Free Job Change가 쓰인 머리띠를 두르고 구호를 외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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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위험의 이주화 중단!" 피켓을 들고 있는 모습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산업연수생을 거쳐 고용허가제가 시작되고 20년이 흘렀지만 아직도 많은 이주노동자가 차별과 착취 속에서 기계 취급을 받으며 노동을 하고 있다. 현 정부가 고용허가제 내에 사업장 변경 ‘지역 제한’을 두기 시작하면서 거주 이전의 자유까지 박탈당한 상황이다. 체류 지원 및 상담 서비스를 제공하는 외국인 노동자 지원세터 예산도 삭감한 현 정부의 정책은 이주노동자를 고용허가제라는 족쇄로 채우고 있을 뿐이다.

 

1995년 당시 연수생들이 이끈 명동성당 농성은 입법을 통한 제도 개선 운동이 시작되는 계기를 만들었다. 노동자로서 법적 권리를 보장받으며 체류하는 동안 취업에 자유가 있는 노동허가제를 목표로 이주노동운동은 계속 진행되었으나 이주노동자가 받아든 결과는 고용허가제였다. 고용허가제는 산업연수제의 폐단인 중간 착취를 방지하고 이주노동자를 법적 노동자로 인정한다는 점에서 산업연수제보다 나은 제도라고 할 수 있으나, 값싼 외국 인력을 쉽고 유연하게 활용할 수 있도록 하는 취지에는 변함이 없다. 2021년 헌법재판소가 사업장 변경 제한이 헌법에 명시된 기본권을 침해한다는 헌법소원에 합헌 판결을 내린 배경도 그러하다. 고용허가제를 취지에 맞게 존속시키려면 이주노동자들은 더 나은 조건을 찾아 사업장을 옮겨 다니면 안 되는 것이다. 지금의 고용허가제 아래서 이주노동자는 강제 노동, 착취, 차별을 감수하거나 미등록 노동자가 되는 것 말고는 선택의 여지가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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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가 "이주노동자 고용허가제 폐지하라"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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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시민이 Free Job Change 피켓을 들고 행진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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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이 발언대로 나와 발언을 하고 있다

가장 먼저 발언에 나선 양경수 민주노총 위원장은 “그동안 수많은 노동자들이 사업장 이동의 자유를 보장받지 못해 갖은 인권유린과 탄압 착취”를 당했으며 “지금 이 시간에도 수많은 이주노동자는 단속과 강제추방의 두려움에, 사업주 눈치를 보느라 휴일에 제대로 된 휴식도 취하지 못하는 현실입니다. 이주노동자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은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의 노동권을 보장하는 것이고, 나아가 우리 사회 모든 노동자들의 지위향상으로 자리매김 할 것입니다. 우리가 함께 싸우고 투쟁해야 하는 이유입니다.” 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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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이순희 씨가 발언대로 나와 발언을 하고 있는 모습

“더 이상 죽지마라!”

 

리튬 전지 공장 화재로 23명의 목숨을 앗아간 아리셀 참사. 지난 8월 아리셀 박순관 대표이사가 중대재해처벌법 법률 위반 혐의로 구속됐다. 중대재해처벌법 시행 후 수사단계에서 경영책임자가 구속된 것은 처음이다. 중대재해처벌법은 경영에 책임이 있는 사람이 안전, 보건에 관한 경영방침을 설정하고, 사업장 특성에 따른 위험요인을 확인 개선해야 하며, 예방에 필요한 인력과 시설 관련 예산을 편성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박순관 대표이사의 구속은 이 모든 것이 노동현장에서 이행되지 않았음을 보여준다.

 

23명의 사망자 중 17명이 중국인이며 상당수가 재외동포비자를 소유하고 있던 것으로 확인됐다. 동포 노동자, 결혼이주민 노동자 등 취업에 제한을 받지 않는 이주노동자는 이렇듯 한국인이 일하기 꺼리는 자리를 채워왔다. 재외동포는 대부분 방문취업비자(H2)나 재외동포비자(F4)를 소지하고 있다. 고용노동부가 직접 관리하는 비전문취업(E9) 비자와는 다르게 사업장 변경에 제한이 없기 때문에 유연하게 근무할 수 있는 임시직에 취직하는 경우가 많다. 노동조건에 대한 규정이 덜 까다롭지만, 불법 파견 등 안전 대책이나 교육이 제대로 이루어지지 않는 위험 속에 던져지는 일도 허다한 것이다.

 

한국인이 취업을 꺼리는 산업 현장을 누가 채워왔는지는 아리셀에 인력을 공급해온 업체의 구인글에도 잘 나타난다. 아리셀 참사 불과 며칠 전에도 구인글은 올라왔다. 최저 시급, 면접x, 경력x, 시화공단 통근버스 운행, 20~50세, 생산직.

 

아리셀 산재피해 가족협의회 이순희 씨는 발언대로 나와 제 2의, 제 3의 아리셀 참사가 발생하지 않도록 이주노동자도 정신을 차리고 함께 연대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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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노동자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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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리셀 산재피해 가족 협의회와 아리셀 중대재해 참사 대책위원회가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해 행진을 하는 모습

“불법 불법 하지마라!”

 

한국의 산업 현장에서 이주노동자가 차지하는 비율은 나날이 높아지고 있다. 2024년 현재 약 130만 명으로 국내 체류 외국인의 절반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바닥을 모르고 떨어지기만 하는 출산율과 노동인구 고령화가 맞물려 이주노동자의 노동력 없이 산업 현장은 운영될 수 없는 것이 지금 우리의 현실이고 이주노동자의 인권과 권리가 대한민국의 빛나는 성공 뒤에 버려진 것도 지금 우리의 현실이다.

 

고용허가제라는 족쇄 아래 미등록 노동자가 될 수밖에 없는 사람들, 근로계약서와 다른 급여를 받고, 사업장 내 폭력 폭언을 당해도 사업장을 바꿀 수 없어 도망쳐야 했던 사람들.

 

김현주 울산이주민센터장은 연대사에서 “40만 명에 달하는 미등록 이주노동자 역시 한국 사회가 필요로 하는 곳에서, 먹고 살기 위해 땀흘려 일하고 있습니다. 그럼에도 정부와 출입국사무소는 이들을 범죄자 취급하고, 대대적인 단속으로 역대 최고로 많이 추방했다고 자랑합니다. 그 과정에서 어떤 일이 벌어지고 있나요? 사람이 다치고, 심지어 죽고 있습니다.” “이주 노동력이 필요하다고 하면서, 왜 한국 사회가 필요한 곳에서 이미 일하고 있는 이주노동자들을 쫓아냅니까?” 말하며 우리 모두 힘을 모아 함께 싸워야 함을 피력했다.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선언문 낭독과 상징의식을 끝으로 용산 대통령실을 향한 행진이 시작됐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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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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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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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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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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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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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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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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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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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트럭을 이끄는 대형 현수막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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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가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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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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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진행 트럭 위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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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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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행진을 하는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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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참가자들이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피켓을 들고 있다

용산 대통령실 앞에서 이뤄진 마무리 집회 투쟁사에서 필리핀 공동체 카사마코 소속 카를로 올리버 씨의 “이주노동자로서 우리의 권리는 한국과 필리핀 정부로부터 우선적으로 보호받아야 하지만, 현실은 우리의 기본권을 억압하는 것이 바로 이들 정부입니다. 우리 정부는 우리를 값싼 상품처럼 취급했고, 한국 정부에게 우리는 쓰다가 쉽게 버릴 수 있는 일회용품 같은 것입니다. 따라서 우리는 한국 정부에 우리의 권리와 복지를 보호하는 법을 제정하고, 차별을 영속화하는 모든 법을 폐지할 것을 요구”와 함께 대회는 마쳤다.

 

기념사진을 찍는 무리와 각 지방으로 돌아가는 버스를 타기 위해 사람들을 불러 모으는 소리로 전쟁기념관 앞은 한동안 북적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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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마무리 집회에서 발언자가 발언을 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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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에 참가한 이주노동자들의 모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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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 전국이주노동자대회 마무리 집회에서 구호를 외치는 참가자들의 모습

<곁을 만드는 사람*>

 

정민식

 

 

2024년 10월 6일 서울역 광장에 모인 700명 중 하나인 사람

250만 국내 체류 외국인 중 하나인 사람

5천백만 대한민국 총 인구 중 하나인 사람

81억 세계 인구 중 하나인 사람

 

기계가 아닌데도 우리는 기계가 아니라고 외쳐야 하는 사람

한국어가 늘수록 차별이 선명하게 보였다고 말하는 사람

그럴 때면 조끼를 입는 사람

 

130만 이주노동자의 인권을 지키는 사람

 

211 페이지에 나의 이름을 적어준 사람

211 페이지에 모두의 이름을 적고 있는 사람

 

남의 이름만 부르는 사람

더 이상 죽이지 말라고 소리칠 때

더 이상 죽지 말라고 부탁하는 사람

곁을 만들기 위해 곁이 된 사람

 

비로소 그의 이름을 부르면

서로 다른 국적의 서로 다른 이야기를

인간이라는 한 권의 책으로 엮어 건네는 사람

 

책을 덮고서야 알았네

노동자 하나가 되었네

 

 

*차별에 맞서 삶을 일궈내는 이주활동가들의 이야기를 엮어 만든 책의 제목에서 가져옴 (이은주, 박희정, 홍세미 글, 마창거제산재추방운동연합 기획, 오월의봄 출판, 2023)

2024 경기문화재단 청년예술인 자립준비금 선정 사업 '기사+시 프로젝트'

 © 2022 by Jung Minsik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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