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할 때마다 지는 눈싸움을
계속 건다는 건 어쩌면
당신을 오래 보고싶다는
핑계일지도 모릅니다
셔터를 오래 열어 둡니다
별들도 머물다 가라고

달은 수십억 광년을 맴돌다
약속의 반지를 불속에 던져 넣고
그늘을 착각한 그림자 안에서
모두가 한 곳을 바라볼 때
태양 관측 필름에 가려
낮의 주기로 어둠을 말하는
달은 지금 여기로부터
가장 멀리 있다
해가 달의 얼굴을 한 채
태연하게 다음을 기약한다
무언가 믿는다는 건
가려진 만큼의 의심일까

나무를 비추던 호수가
허리를 펴고 온 몸으로
물벼락을 받아낼 때
반영은 지나간 방향을 품는다
돌아오면 한 쪽만 젖어 있는
어깨를 털어내며 뚝 뚝
텅 빈 거실에 이미 떠난 발자국으로
문을 닫고 우리는 걸었던 적이 있지
눈꺼풀 닫힌 눈동자가
아직 서로를 비추는 줄도 모르고
이제는 안다
비가 오는 날이면
우산을 잃어버리는 이유 같은 것

안개로 유명한 삼릉은 실은
내게 안개를 보여준 적이 없다
잡힐 듯 잡히지 않는 소나무 숲 속에서
제멋대로 자라는 착각
‘나’라는 흉내는 금세 흐릿해진다
나는 이미 안개 속이었던 것이다

어둠은,
어둠을
엄마로
알고
껴안아
더 큰
고아가 된다

밥을 진리라고 믿는 사람들은
매일 새벽
신들이 흘린 기도를 쓸어 담았다

변명은 이미 와 있다
말이 끝나기도 전에 과거가 되는 어감의 속도로
지나간 일들에만 문을 내어주는 정류소가 있는 것처럼

그림자의 어깨에
따뜻한 옷을 덮어주고 싶다

도시라는 어항
포말처럼 반짝이는 빌딩들
열려 있는데, 갇혀버린 사람들
물 밖은 위험하니까
익사하는 물고기들, 수많은 나들

같은 달을 보았으니
가장 먼 눈맞춤이 있었다고 적겠습니다

나이라는 형량,
삶이 갇힌 감옥,
젊음은 누구도 구해내지 못했고
자신의 이름을 모르는 죄수들은
거리에서 늙어갔다.

눈처럼 말하는 사람
말에 젖는줄 모르고 쌓이다
자고 일어나 다시 찾으면
어느새 바다가 되어 있는 사람
